용어가 존재하지 않았을 뿐 이미 메타버스는 유행한 바 있다. 2000년대 초 유행했던 아바타 커뮤니티 게임 '퍼피레드'가 그 예다. 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추억의 게임 퍼피레드는 3D 가상 커뮤니티 게임으로 2004년 출시되어 약 13년간 운영됐다.
퍼피레드는 2016년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에도 많은 팬들의 성원에 재출시를 목적으로 하는 크라우드 펀딩까지 이루어졌으며, 현재 모바일 버전 개발이 새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유행했던 '싸이월드' 또한 메타버스의 초기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메타버스의 개념이 정립되고 관련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국내에서 대표적인 메타버스의 이미지로 자리잡은 서비스가 바로 네이버의 '제페토(ZEPETP)'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싸이월드와 퍼피레드가 있었다면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에게는 가상현실(AR) 플랫폼 제페토가 있다. 2018년 출시된 제페토는 네이버 Z가 개발한 메타버스 서비스다. 퀄리티 높은 AR 콘텐츠와 게임, SNS 기능을 모두 담았다는 것이 10대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와 현재 약 1억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제페토에서는 얼굴인식 기술을 통해 캐릭터화 된 '나'를 만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면 AI 기술을 통해 사용자와 닮은 캐릭터가 생성된다. 사용자는 헤어 스타일이나 눈매, 콧대, 심지어 동공까지 캐릭터의 모든 요소를 본인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Z세대는 이렇게 만들어진 본인의 아바타로 가상 세계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SNS에 사진을 게시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제페토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약 10.4만여 개의 게시물을 찾아볼 수도 있다. 유튜브에는 제페토 캐릭터를 사용한 '제페토 드라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제페토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제스쳐와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을 사용해 스토리에 맞는 연기를 하고, 이를 편집해 웹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닌텐도의 대표적인 인기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도 메타버스 기반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다. 해당 게임은 캐릭터를 이용해 낚시나 농사 등의 활동으로 자원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마을을 구축하며 이웃과 어울린다. 취향대로 마을과 섬을 꾸미고, 원한다면 다른 유저의 섬으로 놀러갈 수도 있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면서 메타버스는 입지를 더 굳건히 하고 있으며, 더 이상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며 대부분의 활동이 디지털 공간과 원격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친밀 모임부터 대규모 행사까지 아우르는 '만남의 장' 역할을 하는 메타버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활약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