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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AI 인재 정책, 정상적인 대응으로는 선도 국가 따라가기 버겁다

[데스크 칼럼] AI 인재 정책, 정상적인 대응으로는 선도 국가 따라가기 버겁다

  • 기자명 이주상 기자
  • 입력 2021.08.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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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인공지능(AI)은 향국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기술로 평가 받는다. AI가 의료, 반도체, 국방, 보안, 도시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범용기술이기 때문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의 진전과 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 시대로 도래한 비대면 서비스의 확산은 전 산업에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기술간 융합은 필수가 됐고,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AI는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전통산업과 비즈니스에 AI를 접목할 경우 연간 최대 5조 8000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 구글, 애플 등은 AI 분야 주도권 확보를 위해 시각·언어지능, 기계학습 등 AI 기술에 대한 R&D 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AI가 주요 한 기술로 산업 전체에 퍼져나가면서 AI 인재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AI 시장규모는 빠르게 확대되는 반면, 인재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IBM의 ‘글로벌 AI 채택 인덱스 2021(Global AI Adoption Index 2021)’에 따르면 43%의 기업이 AI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AI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인재 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AI 인재난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 간 인재 쟁탈전이 본격화되면서 각 국가들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AI 인재 양성을 위해 연방 정부 차원에서 선도적 AI 연구개발 및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산업연구원의 ‘미국의 AI 전략 방향과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는 미국의 AI 등 첨단산업에 대한 종합진단과 정책제언을 담은 75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했다.

제출된 보고서에는 AI와 STEM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제2의 국방교육법 입법을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 법을 통해 연간 72억달러(약 9조원)의 재정을 확보하고 STEM 분야의 학부에서 박사 후 과정까지 총 3만500개의 장학금을 신설하라는 것이다. 또한, 해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한 ‘국가안보이민법’ 제정도 제안했다. 미국 내 인가 대학 STEM 전공의 박사학위 졸업자 전원에 영주권을 발급하고, 노동비자(H-1B) 기반의 이민 쿼터를 14만명에서 28만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매년 발표되는 대학평가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매사추세츠공대(MIT)는 2019년 10억달러(약 1조1765억원)를 투입해 AI 단과대학을 설립했다. MIT는 이 돈으로 향후 5년간 전임 교수 5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중국의 AI를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 영입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 공격적이고 체계적이다. 국적·나이 불문 최고 학자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 정부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 600개의 인재영입기구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해외 고급인재를 유치하는 '천인계획' 프로젝트를 통해 일찌감치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며, 천인계획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만인계획'을 도입했다. 만인계획의 참여 연구자는 최고 수준의 연구환경을 제공 받는다.

유럽은 AI 분야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ELLIS(European Laboratory for Learning and Intelligent Systems)에 2019년부터 약 2000억 원을 투자하여 소속 연구자들에게 파격적인 연구비와 높은 급여를 제공할 예정이다. 영국 또한 우수 인재 확보에 적극적이다. AI 인재 유치를 위해 특별비자 발급을 늘리고 정착이 원활하도록 이민 규칙을 변경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우리나라도 AI 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올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뉴딜의 주무부처로서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AI·SW 핵심인재 10만명 양성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2025년까지 진행되며 총 1조원 정도 국비를 지원받는다. 올해는 이 계획을 본격 추진하면서 기존 혁신교육 인프라를 추가 선정하는 한편, 새로운 인재양성 인프라도 구축한다. AI 전문지식과 활용능력을 갖춘 석·박사급 인재양성을 위해 AI대학원 2곳을 올해 추가 선정했다. 이로써, AI대학원 규모는 총 10개교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 계획을 통한 인재가 시장에 투입되려면 5년이나 10년을 기다려야한다. 글로벌 AI 시장은 한 해가 다르게 급속한 발전을 진행중이기 때문에 즉시 활용 가능한 인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 각국이 AI 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만 정상적인 대응이라면 뒤쳐질 수 밖에 없다. AI 관련 우수 인재들이 해외로 나가 인재 부족에 시달리지만 이를 육성하기 위한 특별비자 발급이나 관련 학과 신설 등 제도 개선도 AI 선진국에 비해 미온적이다. 더욱 비상한 각오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신남·북방 국가의 AI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다. AI 인재가 비교적 풍부한 선도국의 인재를 데려오는 것이 좋겠지만, 급여수준, 근료여건 등이 우수해 이들 국가로부터의 인재 유치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신흥국 중에서 우수한 인재를 보유한 숨겨진 우량 국가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신남·북방 국가에는 AI 역량이 우수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인도, 대만, 싱가포르 외에도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다수의 국가가 포함되어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러시아, 폴란드는 세계 20위권의 연구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파키스탄,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AI 연구 역량이 성장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 일부에서 AI 스타트업이 활성화 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 AI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낡은 규제를 개선하고 외국인 취업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하며, 비자 요건 완화, 특별 비자발급 등의 제도를 정비하는 것 또한 시급하다.

또 다른 방법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활발한 해외 교류 및 기업 인수이다. 그런면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SK 등이 글로벌 AI 석학을 영입하는 것은 또 다른 해외 AI 석학과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발탁된 ‘뇌 기반 AI 연구’ 권위자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외 AI 기업 인수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삼성전자는 영국 AI 스타트업 '위스크'를 인수했고, 네이버는 미국 제록스의 AI 연구소를 인수한 바 있으며, LG전자는 AI 기술로 TV 광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미국 스타트업 알폰소를 인수했다. 국내 AI 인재 확보를 위해선 이러한 M&A 및 해외 교류는 더욱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일각에서는 국내 AI 인재 양성과 관련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KAIST AI 대학원의 서울 진출 등을 국토균형발전이 저해한다는 소모적인 논란이 있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교육 기관을 통한 AI 인재양성은 당장 시급한 논란거리가 아니다. 세계는 지금 AI 인재 확보 전쟁 중이다. 파이를 어떻게 나눌지보다는 해외의 AI 인재를 어떻게 국내로 유입시켜 파이를 키울지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시급하게 고민해야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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