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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공지능의 시간: 의료 AI 분야에서 정확도보다 중요한 것

[칼럼] 인공지능의 시간: 의료 AI 분야에서 정확도보다 중요한 것

  • 기자명 장세명 코어라인소프트 이사
  • 입력 2021.09.0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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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시간은 인생을 구성하는 재료다" 미국의 초대 정치인으로 미화 100달러 지폐의 인물이자 시간 관리의 대가로 유명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어록이다. 만약 벤자민 프랭클린이 이 시대를 살고 있다면, 명언은 달라졌을 것이다.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AI를 이해해라. AI는 시간을 관리하는 재료다"라고.

인공지능(AI)이 지향하는 기술력, 정확도 등 이 모든 목표는 날카로운 시계 바늘로 삶의 시간을 바꿔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AI 의료 산업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먼저 사회에서 시간의 의미를 짚어보자. 노동의 가치는 시간과 비례해 왔으나, 사회가 고도화 됨에 따라 측정 기준과 의미는 달라졌다. 시간을 적게 소요하고 생산성을 높게 창출하는 것. 효율적인 방법으로 효과적인 가치를 얻는 데 사활을 걸게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대표적인 곳이 서비스 산업이며 그 중 의료 산업은 가장 고도화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적은 시간, 최대의 효과, 가치있는 산출물. 의료 AI 기술이 가장 주목받는 동시에 신랄하게 비판받기 쉬운 곳이다.

필자가 속한 회사의 AI 의료 영상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단연 시간이다. 사용자가 해당 행위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소프트웨어 자체를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을 제품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처음 AI의 성능을 실감한 것은 AI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였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를 접했을 때, 이러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딥러닝 소프트웨어를 의료 현장에서 바로 활용하기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AI 기술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필자의 회사가 개발하는 폐암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사전 작업으로 CT영상에서 폐와 기도, 폐엽을 구분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능과 알고리즘을 활용해도 숙련된 방사선사가 최대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AI 기술을 적용하자 본인이 소유한 노트북만으로 이러한 작업을 하는데 단 2분도 소요되지 않았다. 이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놀라운 체험이였고, AI 솔루션을 활용하고 접목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되었다.

AI가 내놓은 초기 결과는 기대를 상회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있었다. 흉부 CT영상에서 폐와 부속 기관만을 분할하는 행위에만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원에서 실제 치료 프로세스에 적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행위들은 여전히 예전 방식으로 처리해야 함으로써, 제품을 구매하기엔 활용도가 낮았다.

폐를 구분하는 기능 이외에 CT에서 영상을 가져와서 이를 소프트웨어에 입력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필요한 데이터로 가공하고 보내는 나머지 모든 일은 사용자가 직접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를 활용하는 의료진은 근무 시간에만 제품을 활용할 수 있었고, PC 앞에서 소프트웨어를 작동하고 결과를 생성하는 작업은 여전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고 번거로운 일이였다. 이에 더해 시간이 부족한 의료진에겐 소프트웨어는 어렵고 배우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대상이었다. 

우린 시야를 좀 더 확장했다.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 AI와 함께 자동화된 다양한 기술을 제품을 활용하는 전 과정에 도입했다. 데이터 수신부터 분석 그리고 결과를 보여주는 리포트 생성까지 모두 사용자의 개입 없이도 완전히 자동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먼저 사용자의 개입에서 벗어난 AI가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의료진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또한, 기존 수개월 걸리던 학습 시간은 단 몇 일로 줄어들었다. 의료진은 필요한 행위 결과를 근무시간에 확인하고 활용하기만 하면 되었다. 이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대만 등 의료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들에 순차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AI 솔루션은 흔히 퍼센트의 정확도를 언급하고 홍보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사용자의 시간을 완전히 바꿔주는가 이다.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은 의사와 환자의 시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조기에 질병을 진단하고, 적기에 치료를 하고, 나아가 미리 예방하고 관리해 삶의 소중한 시간을 지킬 수 있는가? 인공지능은 시간으로 답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AI 기술들이 우리가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너머, 새로운 문제의 영역과 해결 방향을 가리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용자의 시간이 완전히 달라짐으로써 삶이 새롭게 변하는 것. 의료 인공지능에서 중요한 것은 99.9%의 정확도 너머 삶이 변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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