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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초능력을 꿈꾸는 인간

[칼럼] 초능력을 꿈꾸는 인간

  • 기자명 김태성 MBC플러스 제작센터장
  • 입력 2022.01.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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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MBC플러스 제작센터장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탈로스(Talos)>는 크레타 섬을 수호하는 임무를 띤 청동거인이다. 제우스의 아들이자 불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가 만들어 냈다는 그의 임무는, 하루 세 번 크레타 섬을 순찰하며 침략하는 적을 향해 거대한 바위를 던져 쫓아 내거나, 온 몸을 빨갛게 달군 뒤 그들을 끌어안아 태워 죽이는 것이었다.

인간의 상상력에서 발원한 탈로스와 같은 초인적 존재는 그리스 신화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슈퍼맨>, <원더우먼>,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 초능력의 소유자인 슈퍼히어로를 다루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렇다. 초인적인 힘으로 지구를 지켜내고, 로봇 기술을 활용해 외계인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히어로의 등장은 탈로스를 탄생시켰던 고대인과 현대인의 상상력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말해준다.

선사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신화, 전설, 소설, 영화 등 초인적 이야기를 다루는 영역에서는 빠짐없이 이들을 등장시켰고, 때론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믿고 숭배하기까지 했다. 결국, 인간은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자신들의 능력을 초월하는 존재를 꾸준히 상상하고 꿈꿔 왔던 셈이다.

시대가 지나면서 인간의 꿈은 과학기술을 만나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아직, 침공하는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고 거대한 로봇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준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 능력을 뛰어넘고,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정도의 일들은 이미 시작되었다.

2016년, <이세돌 vs 알파고> 간 세기의 바둑 대결을 기억하는가? 물론, 이전에 체스와 장기에서는 이미 컴퓨터가 인간을 넘어 선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바둑과 같이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운 게임에서는 결과가 다를 것이라던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상황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이세돌>을 뛰어넘던 그 순간은 우리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에게는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이라는 초인적 존재의 실체를 현실로 맞이한 순간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당시, 이세돌은 "이번 대결은 이세돌이 패한 거지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라는 짧은 소회를 남겼다.

이제, 인간은 상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과학기술이 사람들의 꿈에 불을 지핀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생각해 보라! 지금 주목 받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로봇, 가상인간(Digital Human)은 과거에 모두 인간이 꿈꿔왔던 것들이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고,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디지털 인간,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로봇,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인공지능,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인간에겐 그저 상상 속의 일 들이 아니었던가.

이 모두가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인간이 이루어 낸 성과다. 하지만, 이 성과는 아직 아기가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기술의 발전은 더욱더 빨라지고 고도화될 것이 틀림없다. 그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한편으론 두려움이 공존하기도 한다. 과학기술로 창조된 존재가 인간을 해(害)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말이다. 기술의 발전에도 적당한 브레이크가 필요한 이유다. 모든 기술이 인간의 통제가 가능했던 시대를 지나, 이제 인간의 통제 밖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존재가 나타나는 지금부터가 더욱 그렇다.

인간의 상상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것을 성취해 내기 위해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다. 기술의 편리함만을 믿고 인간이 상상해왔던 모든 것을 거침없이 현실로 쏟아내는 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프랑스의 고전작가, 라 로슈푸코(La Rochefoucauld)는 "욕망은 어떤 이들에겐 눈을 멀게 하고, 어떤 이들에겐 눈을 뜨게 한다"고 했다. 무분별한 인간의 욕망을 경계하는 명언이다. 이 말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절제된 욕망으로 기술을 잘 활용하면 인간에게 이로운 존재가 되겠지만, 누군가의 잘못된 욕망으로 기술이 오용(誤用)된다면 그것은 곧 인간을 파멸의 길로 한 걸음 더 들어서게 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잊지 말자! 혹시라도 현실화된 탈로스가 인간을 공격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상상 속의 무서운 존재는 상상으로만 남겨두는 인간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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