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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메타버스와 메타-윤리 (1): 모든 것은 메타로 통한다

[칼럼] 메타버스와 메타-윤리 (1): 모든 것은 메타로 통한다

  • 기자명 이청호 상명대학교 교수
  • 입력 2022.03.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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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호 상명대학교 교수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0년대 초반에 출판한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라는 소설에 처음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가 출현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티븐슨은 ‘~뒤에(after)’ 혹은 ‘~이면에(beyond)’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메타(meta)와 세계(universe)를 합성하여 3차원의 가상 공간(virtual space)을 의미하는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창조하였다. 그러므로 메타버스는 애초부터 현실이 아닌 현실 이면의 가상세계를 지칭한다.

공교롭게도 철학에서도 ‘메타’라는 단어가 들어간 분야가 있는데 바로 형이상학(metaphysics)이다. 기원전 1세기 후반 로마에서 편집 간행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집에서 자연학(Physics)의 뒤(Meta)에 자리 잡게 된 형이상학 저작을 ‘자연학 이후’(meta physics, μετὰ τὰ φυσικά)라고 부르게 된 것이 그 기원이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 형이상학은 신학과 함께 ‘제일 철학’의 지위를 차지하였던 중요한 분야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적 연구를 통해 존재(being, ousia)에 대한 철학적 해명, 다시 말해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고찰들을 담고 있다. 즉 존재란 무엇이고 존재하는 것들의 분류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세계에서 존재하는 것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와 같은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들을 탐구했다. 그러므로 철학의 한 분야인 형이상학적인 연구는 현실세계에 대한 탐구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스티븐슨이 과연 철학의 형이상학 분야와 같은 중요성을 메타버스에 부여했는지는 미지수이다. 그렇지만 스노우 크래쉬의 내용으로 유추해 보건대 등장인물들은 메타버스 상에서 현실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하므로 메타버스 세계에 나름의 중요성을 부여하려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노우 크래쉬의 주인공인 히로는 현실에서는 피자를 배달하지만, 메타버스 상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검객으로 살아간다.

아직까지는 메타버스 세계가 스노우 크래쉬 소설에 등장한 것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다. 메타버스 상에서 직업을 별도로 가지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현실세계를 대체하거나 현실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 메타버스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메타버스가 우리의 삶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지를 지금의 수준에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술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우선 사용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메타버스에 참여할 수 있다. 스노우 크래쉬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고글과 이어폰을 통해 메타버스에 접속하게 된다. 이러한 메타버스 접속 기술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에 등장한 것에 가깝고, 영화 매트릭스(Matrix) 시리즈에 나타난 것처럼 인간의 뇌를 컴퓨터로 구현한 가상공간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소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2000년대 후반에 가속연구재단(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 ASF)이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기술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함으로 다양한 메타버스 기술을 분류하여 하였다. 가속연구재단은 이 로드맵에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라이프로깅(lifelogging), 거울세계(mirror worlds), 가상세계(virtual worlds)의 네 가지 메타버스 기술을 분류하였으며, 이는 메타버스 기술에 대한 최초의 정교한 분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메타버스 기술의 분류는 두 개의 축을 기준으로 구분된다. 그 한 축은 증강-시뮬레이션(augmentation-simulation)의 축이다. 여기서 ‘증강’은 실제 세계를 기반으로 하고 추가적으로 새로운 구성 요소를 덧붙이는 기술을 의미하며, 시뮬레이션은 현실을 모방하여 전혀 새로운 가상공간을 창조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이러한 증강-시뮬레이션 축은 메타버스 기술이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혹은 가상공간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다른 한 축은 외부-내적(external-intimate)의 축으로 사용자가 메타버스 환경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지표이다. ‘외부’는 사용자보다는 가상세계의 구축에 관한 기술을 나타내며, ‘내적’은 메타버스에서 사용자의 능동적 참여를 구현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이러한 가속연구재단의 메타버스의 분류는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등장하게 될 메타버스 기술의 양상을 나름의 지표로 구분할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메타버스 관련하여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메타버스에 대한 작금의 관심이 대단하다는 점이다. 구글트렌드(Google Trends)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2월 경부터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2021년 10월 말경 페이스북이 메타(Meta)로 회사명을 변경한 직후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메타버스에 대한 열기는 한편으로는 자유로이 가상세계에 접속하면서 다양한 삶을 누리는 인류의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게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절감하게 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고조된 관심은 흡사 너도나도 황금을 찾아 나섰던 골드 러쉬(gold rush)를 연상하게 한다.

실제로 골드 러시(1848–1855)는 1848년 1월 24일 캘리포니아의 콜로마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시작되었으며, 대략 30만명의 사람들이 금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급격한 인구 유입은 1846년에 200명의 거주자가 있던 샌프란시스코를 불과 몇 년 뒤인 1852년에 약 36,000명의 큰 도시로 성장시켰으며, 급기야 캘리포니아 주가 형성되었다.

골드 러시는 미국 경제를 활성화시켰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공존했다. 소수의 사람들은 큰 부를 얻는 기회를 얻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예상보다 훨씬 적은 돈을 벌 수밖에 없었다. 또한 토착민이었던 인디언들의 인구가 질병, 기아 및  학살로 인해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골드 러시의 부정적인 측면은 메타버스와 관련하여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것임을 어찌보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메타로 통하는 세상이지만 메타버스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그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윤리적 이슈들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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