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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레이더용 반도체, 국내 기술로 개발

전투기 레이더용 반도체, 국내 기술로 개발

  • 기자명 박설민 기자
  • 입력 2022.09.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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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질화갈륨 소자 개발… 설계부터 공정까지 순수 국산 기술로 완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팀이 S대역 300W 질화갈륨(GaN) 반도체 소자를 분석하는 모습/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투기 레이더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설계부터 공정, 검증까지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해, 한국 반도체 기술 경쟁력 및 국방력 강화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S-대역 300W(와트) 급 질화갈륨 전력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질화갈륨(GaN)’은 내구성이 높고, 전류가 잘 흘러 차세대 반도체 소자 물질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반도체 소자인 ‘실리콘(Si)’에 비해 ‘항복 전압(반도체가 버틸 수 있는 전압)’도 3배 이상 높아 고전압 장치에서도 문제없이 활용할 수 있다.

전력 효율 면에서도 우수하다. 같은 양의 전력으로 작업을 할 경우, 또 다른 차세대 반도체 신소재 중 하나인 ‘갈륨비소(GaAs)’보다 7배 이상 높은 성능을 보여준다. 때문에 고출력을 필요로 하는 군사용 레이더, 고주파용 통신시스템이나 전기자동차용 전력 시스템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질화갈륨 반도체 소자가 군사기술과 밀접한 것은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연구·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기술 공유 및 소자 구매, 활용, 처리 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TRI에서는 질화갈륨 기반 ‘고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HEMT)’ 구조를 설계했다. HEMT는 서로 다른 반도체가 접합했을 때, 그 면에서 전자가 고속으로 이동하는 성질을 이용한 반도체다. 전자이동도(반도체 속 전자 이동 속도)가 기존 실리콘 소자보다 10배 이상 빨라, ‘S-대역’ 등 고주파 대역 통신용 반도체로 많이 사용된다. S대역은 2~4㎓ 간의 레이더 주파수대로, 군사용 레이더, 5G통신 등에 활용된다.

ETRI는 고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 구조 설계를 기반으로, 고출력과 고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반도체 소자 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성능 검증 결과, 출력전력 300W, 전력밀도는 1㎜에 10W 이상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전력밀도는 단위면적당 전력의 세기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높은 성능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질화갈륨 반도체 소자의 전력밀도가 1㎜ 당 8.4W임을 감안하면 훨씬 우수한 성능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소자는 군용 전투기 핵심기술인 ‘능동전자위상배열(AESA)’에도 적용 가능해, 국방 분야 국산화와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AESA는 고성능 반도체를 이용해 여러 개의 주파수 신호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레이더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에도 장착됐다. 

강동민 ETRI RF/전력부품연구실장은“설계부터 공정과 측정, 패키징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세계적 수준의 고출력 질화갈륨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며 “질화갈륨 반도체 소자 공급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격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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