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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착한 로봇 vs 나쁜 로봇

[칼럼] 착한 로봇 vs 나쁜 로봇

  • 기자명 김태성 MBC플러스 제작센터장
  • 입력 2022.05.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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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MBC플러스 제작센터장

픽사 애니메이션 <월-E>에서 그려진 미래 세상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인간은 모두 초고도 비만으로 공중에 떠다니는 호버크래프트(Hovercraft)의 도움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하고, 청소, 육아, 경비, 서빙 등 인간의 활동 영역 대부분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그들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로봇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인간을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긴 해도, 인간의 편의를 돕는 로봇이 점차 현실화하는 실정을 감안하면, 충분히 상상 가능한 설정이다.

로봇은 크게 제조업과 서비스용으로 분류된다. 이미, 자동차, 전자, 반도체 등에서 산업용 로봇이 활약하고 있고, 공공서비스, 극한작업, 의료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는 서비스 로봇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정형화된 기계적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 로봇에서 점점 인공지능을 탑재한 지능형 로봇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지능형 로봇은 외부 환경을 스스로 탐지하고 인공지능 기술로 필요한 행동을 자율적으로 실행하는 로봇을 말하는데, 흔히 볼 수 있는 <로봇 청소기>가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발전된 로봇공학 기술과 인공지능이 결합한 휴머노이드(Humonoid)의 완성도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2000년 혼다(HONDA)가 발표한 아시모(ASIMO)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인간형 로봇 개발의 선두는 모빌리티의 혁신을 내세워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사가 주도한다. 인간의 모습을 한 <아틀라스(Atlas)>라 불리는 2족 보행 로봇을 개발했는데, 이 로봇은 걷고 뛰는 기능적 측면 외에도 장애물을 넘거나 텀블링하는 모습을 선보이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도 <옵티머스(Optimus)>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계획을 밝혔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이어 휴머노이드 개발을 선언한 것이다. 가만히 보면 현대자동차와 테슬라간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둘 다 자동차 제조 회사이면서 동시에 휴머노이드를 차세대 신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으로 축적한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측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휴머노이드가 미래에 충분한 사업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엔터테인먼트 로봇(Entertainment Robot)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로봇은 ‘인간에게 오락과 즐거움을 제공하여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로봇’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인간의 반려자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대화형 로봇>, 여가지원을 목적으로 하는<토이(Toy) 로봇>, 사물인터넷과 연결된 <홈 네트워크 로봇>, 악기를 다루는 <연주로봇>, 탐사를 목적으로 하는 <탐사 로봇>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에 들어와 자리 잡는 엔터테인먼트 로봇의 종류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인간을 대신해 곡예를 하는 <스턴트 로봇>도 등장했다. 디즈니가 개발한 이 로봇은 <스파이더맨>과 같은 영화 속 주인공들을 로봇으로 개발해 실제 영화의 한 장면을 대중 앞에서 재현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리얼스틸(Real steel)>이란 영화에 등장했던 로봇파이터를 기억하는가?

이 영화는 미래에 사람이 조작하는 로봇복싱 대회를 배경으로 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로봇은 거대한 <토이 로봇>의 한 종류다. 로봇의 복싱경기를 보면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누군가는 비현실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온라인 게임 중계를 보며 현장에서 열광하는 사람들과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로봇 기술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로봇복싱 대회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리라 믿는 이유다.

이렇게 로봇은 근본적으로 사람을 돕거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착한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을 해(害)할 나쁜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군사용 로봇이 대표적이다. 전장에서 인명을 구한다거나 폭발물 제거, 군사정찰, 전투용 물품을 운반하는 전력보조 위주의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도 있지만,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전투용 로봇의 경우는 킬러로봇(Killer Robot)이라 불리며 인명을 살상할 목적으로 개발되기도 한다.

국제인권단체(HRW)에서는 킬러로봇을 사람의 의지 없이 공격하는 무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기계적 판단에 의해 인명을 살상하는 킬러로봇의 개발과 활용은 윤리적으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킬러로봇이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무시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IAAE(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에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처럼, 유엔(UN)이 주도하여 킬러로봇의 개발과 사용을 금지하는 '킬러로봇금지조약'(KRPT, Killer Robot Prohibition Treaty)의 제정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필자 또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킬러로봇은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인간의 본성을 얘기할 때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을 두고 논쟁하기 일쑤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논쟁의 명쾌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선과 악은 규정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늑대가 양을 잡아먹는다고 해서 늑대를 악하다고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와 같다. 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에 킬러로봇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결국, 이는 신체적 위험회피를 위한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킬러로봇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인간은 역사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통제하며 살아왔던 존재다.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그 유지를 위한 가치관을 우선할 때, 인간의 본성을 선한 방향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믿어왔고, 그것을 위해 욕구를 통제하는 방법을 터득해 왔다. 법과 제도라는 약속의 규범으로 말이다.

결국, <착한 로봇 vs 나쁜 로봇>을 규정하는 것도 인간의 욕구가 어디로 향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문제다. 인간을 위한 착한 로봇은 더욱 발전시키고, 인간을 해 하는 나쁜 로봇은 제한하는 원칙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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