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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탐사 시대 AI 연구가 갖는 의미

우주탐사 시대 AI 연구가 갖는 의미

  • 기자명 전승민 편집국장
  • 입력 2022.08.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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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탐사선 다누리호는 달 주위를 돌며 지구와 끊임없이 교신해야 한다. 미래에 안정적인 우주탐사를 위해선 탐사선 스스로 돌발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기능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이 개발한 달탐사선 ‘다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다누리호는 12월 31일 달 상공 100㎞의 원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최초의 국산 우주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불과 2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다.

  두 번의 기념비적 사건으로 한국도 이제 ‘우주 선진국’ 자리를 넘볼 수 있을 만한 위치까지 올랐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제 우리도 독자적으로 우주로 뻗어나갈 발판을 마련한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다누리호가 달까지 날아가는 방법

  다누리호는 달 주위를 빙빙 돌며 여러 종류의 카메라, 자기장 측정기 등을 이용해 관측임무를 수행한다. 이렇게 하려면 달 궤도까지 안정적으로 진입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된다. 다누리호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달까지 나아갈까.

  우선 달까지 탐사선을 보내는 3가지 방법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첫째는 ‘직접 전이’ 방식이다. 지구 중력을 벗어난 탐사선이 달 궤도로 단번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짧은 거리를 이동하게 되므로 달까지 며칠이면 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쓰면 연료가 많이 든다. 연료를 많이 싣게 되면 탐사선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위상 전이’다. 지구를 빙빙 돌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인다. 그러다 달 궤도와 겹치는 순간 자세를 변경해 그때부터 지구가 아니라 달 주위를 도는 방식이다. 연료도 비교적 적게 들고, 안정적으로 달까지 갈 수 있어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이다. 다누리호도 처음엔 이 방법으로 달까지 가려고 계획했었다고 한다. 문제는 개발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과학탐사 장비를 싣게 되었던 것. 이 말은 실어야 할 연료가 적어진다는 의미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저에너지 전이’ 방법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가장 연료를 가장 적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탐사선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방법은 이렇다. 지구를 벗어난 다누리호는 우선 가장 강력한 중력을 가진 태양에 이끌려 깊은 우주로 날아간다. 달의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라그랑주점(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상쇄되는 점)까지 나아간 다음, 이 자리에서 조금만 연료를 사용해 다시 지구를 향해 되돌아온다. 물론 지구로 직접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인력을 이용해 지구 가까이로 날아온다. 그러다 달의 궤도와 겹치는 순간 자세를 변경해 달 주위를 돌기 시작한다. 이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4개월 반이다. 우주비행은 이렇게 천체의 ‘중력’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다누리호의 수명 때문이다. 자체 추진 장치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지구와 태양, 달의 중력을 모두 이용해 비행하기 때문에 달궤도 진입까지 필요한 연료를 위상 전이 방법과 비교해도 25% 정도 절약할 수 있다. 앞으로 달 주위를 탐사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궤도를 수정할 연료를 더 많이 남겨둘 수 있다는 의미다. 연료가 떨어진 다누리호는 언젠가 달 표면으로 추락하거나, 혹은 달 궤도에서 벗어나 우주 미아가 돼 날아가 버릴 수 있다.

◇길게는 수십 년, 수백 년 이상 필요한 우주탐사

  우주비행이란 ‘판단’의 연속이다. 현재 탐사선이 목표한 궤도를 잘 날아가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잘못된 궤도를 가고 있다면 궤도를 언제 수정해야 하는지를 시시각각 판단해야 한다. 다누리호가 태양과 지구 사이의 라그랑주점을 지나는 그 한 순간, 지구 궤도와 달 궤도가 중첩되는 곳을 지나는 그 단 한 순간을 놓친다면, 235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다누리호는 일순간에 우주 쓰레기가 될 수 있다. 그 때문에 다누리호는 지구와 끊임없이 통신하며 자기 위치와 상태를 알리고 있다. 달이나 화성까지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이니 이렇게 인간이 지구에서 직접 탐사선을 조종하지만, 그보다 더 먼 우주를 나아갈 때는 그야말로 ‘운에 맡기는’ 방법 이외엔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예를 들어 1977년 발사된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의 경우 45년 동안 우주에 대한 정보를 우리 인류에게 전해왔다. 그러나 보이저 1, 2호가 어떤 돌발상황에 부딪혔을 경우 우리 인간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무탈하기만을 바라며 여전히 보이저 1, 2호가 보내오는 귀중한 정보를 수신하고 있을 뿐이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은 이런 문제에 대해 비교적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인간이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탐사선 스스로 위험한 상황을 회피할 수 있고, 중대한 과학적 발견에 성공했다면 그 결과를 지구에 알리기 위해 통신이 가능한 곳까지 되돌아오게 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AI는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할 수 없지만, 정해진 조건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인간 이상으로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기술도 필수적이다. 우주는 인간에게 척박한 환경이다. 당장 우주복이 없으면 몇 분도 견디기 어렵다. 산소 공급 등의 문제로 인간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로봇은 다르다. 숨쉬지 않고, 생리현상도 필요없이, 인간이 할 일을 지정해 준 일을 묵묵하게 해 낸다. 다양한 형태의 우주로봇은 달과 화성, 더 나아가 먼 외계의 행성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AI가 없이 이런 로봇들이 원활히 움직일 수 있을 리 없다.

  물론 AI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오차가 적은 고성능 AI도 있지만 막대한 컴퓨터 자원이 필요해 적은 전력으로 움직여야 하는 우주탐사선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소한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우주공간에서 이런 단점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점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우주 탐사의 새로운 문을 열어젖힐 가능성을 가진 기술에 대한 연구를 그만둘 수는 없는 일이다. 

  미래는 우주시대라고 한다. 그리고 국내 항공우주 기술은 분명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 선진국에 비해 열세에 있다. 앞으로 이 차이를 쉽사리 따라잡을 수 있다고 여겨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AI는 이야기가 다르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고,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국가가 선도국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 이 시기에 AI가 한국 항공우주 연구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결코 과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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