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6 16:49 (금)
실시간
[칼럼] AI와 융합하는 푸드테크

[칼럼] AI와 융합하는 푸드테크

  • 기자명 이경환 전남대학교 융합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 / 농업생산무인자동화연구센터 센터장
  • 입력 2022.09.20 10:0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환 전남대학교 융합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 / 농업생산무인자동화연구센터 센터장

푸드테크(FoodTech)는 음식(Food)과 기술(Tech)의 합성어다. 먹거리에 AI, 빅데이터, 로봇 등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산업의 생태계를 혁신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2년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의 핵심 기술 분류에 추가되면서 먹거리 분야 또한 첨단 기술의 격전지임을 보여줬다. 

2023년 CES의 슬로건은 ‘어떻게 혁신 기술이 전 지구적 도전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이며, 이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음식, 헬스케어, 환경보호, 개인 안전 등 개인 웰빙이다. CES 사무국은 CES 2023의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세계 최대 농기계 기업인 존디어의 대표이사를 선정했다. CES 역사상 농업기술 관련 기업인이 주 무대의 기조연설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전 세계 인구의 급증과 기후변화로 인한 먹거리 부족이 전 지구적 문제이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 첨단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AI는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최근에는 데이터에 기반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분야까지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푸드테크에서는 장치와 기계의 지능을 고도화하여 생산성과 확장성을 높이고 있으며, 최적의 투입을 통한 처방농업을 구현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식물성 재료의 최적 구성으로 대체 단백질 식품을 만들고,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생산성 높이는 ‘처방 농업’ 구현

농산물 생산에 있어서 AI는 농기계에 장착돼 고도의 지능으로 스스로 농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과 기상, 토양, 작물의 상태를 파악하여 최적의 처방식 농업 구현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블루리버 테크놀로지는 분당 5000장의 사진을 촬영해 AI가 0.02초 이내에 상추와 잡초를 식별하고, 잡초에만 제초제를 분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농경지에서 잡초에만 제초제를 분사하기 때문에 관행의 전면 살포 때보다 약 90% 정도의 제초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솎아 낼 필요가 있는 상추를 제거하는 데도 사용돼 정상 상추의 성장 공간을 확보해 작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다국적 종자 기업인 몬산토는 필드 스크립트 시스템을 이용하여 1500억 건의 토양 분석, 10조 건의 기상 시뮬레이션, 수십만 건의 수확량 정보에 기반한 AI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이렇게 분석된 토양 및 작물의 상태는 농부들에게 서비스되어 언제, 어디에, 어떤 종자를 파종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제공하는 처방식 농법을 구현하도록 해준다.

대체식품과 맛을 창조하는 AI

대체 단백질 식품이란 동물성 단백질 식품 제조 시 사용되는 원료 대신 식물 추출 방식을 통해 인공적으로 단백질을 만들어 식품을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AI는 인공적인 단백질 구현을 위한 최적의 재료 구성과 혼합비를 찾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대체식품의 맛을 높여 소비자의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칠레 스타트업 낫코(NotCo)는 독자적인 머신러닝 툴인 ‘주세페’를 이용해 식물성 육류와 유제품을 개발했다. 주세페는 수천 개 식물 및 식재료의 분자 구조를 분석해 빅데이터를 구성한 다음, 개발하고자 하는 식물성 육류나 유제품의 분자 구조, 맛, 외관 등이 유사하도록 최적 재료 구성과 혼합비를 찾아 준다. 이후 인간 연구원이 식감과 외형에 대한 피드백을 주세페에게 지속해서 제공하면서 식물성 육류나 유제품을 제조하도록 한다. 현재 낫밀크(NotMilk), 낫마요(NotMayo), 낫아이스크림(NotIcecream), 낫버거(NotBurger) 등을 출시하고 있으며, ‘낫(Not)’을 상품명에 붙여 식물성 대체식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스위스 향수 제조기업 피르메니히(Firmenich)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AI 기술로 식물성 대체육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맛을 개발했다. 이 맛은 ‘살짝 구운 쇠고기 맛’으로 명명되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머신러닝 기술과 피르메니히가 확보한 맛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피르메니히는 2018년 디지털 랩(D-Lab)을 오픈하고 22개국 1만 5천 명으로부터 맛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새로운 맛을 만들고 있으며, 소비자 맞춤형 맛 솔루션과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음식 로봇의 지능을 높여주는 AI

푸드테크에서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음식을 만드는 조리영역과 음식을 전달하는 배달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AI는 로봇의 지능을 고도화하여 성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국의 멕시칸 음식 전문점인 치폴레는 AI 조리 로봇 치피(Chippy)로 음식을 조리하는 실험을 했다. AI 훈련을 받은 치피는 반죽용 옥수숫가루, 물, 해바라기 기름, 소금, 라임 주스 등을 이용해 치폴레의 토르티야 칩 제조를 완벽히 재현했다. 또한 라임이나 소금의 양을 조절하여 고객의 요구에 따른 맛 변화를 줄 수 있었다.

국내 배달의민족은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드라이브’를 이용해 식당에서 아파트 각 세대 현관문 앞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배달 로봇은 평상시 아파트의 특정 장소에서 대기 중이며, 주문이 접수되면 해당 식당으로 스스로 이동한다. 식당 주인은 주문 음식을 배달 로봇에 담은 후 출발 버튼을 누른다. 로봇은 최적의 경로로 주문자 아파트 동으로 이동하며 홈 IoT 서버와 연동해 공동 현관을 자유롭게 지날 수 있으며, 엘리베이터 관제시스템과 연동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주문 세대로 이동한다. 주문자는 전화와 알림 톡을 통해 현관 앞에 도착한 배달 로봇에서 음식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문화 녹아있는 AI 푸드테크 산업 육성해야

먹거리는 인류의 생존을 지탱하는 근간이다. 이러한 먹거리 공급체계의 불안전성이 증가하면서 전 지구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개인 웰빙의 문화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직 푸드테크 시장은 기술도입 단계로 다양한 첨단 기술이 시도되고 있으며 국가별 주도권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이 기술 경쟁의 승자는 인간의 먹거리 선호도에 대한 미묘한 차이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AI로 구현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 AI 기반의 푸드테크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우리 문화가 녹아있는 푸드테크 산업을 육성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THE A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